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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독서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2008, 열린책들, 이윤기 옮김)

by 로킴이 2021. 3. 8.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513853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호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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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읽은 책.

삶에 대한 통찰과 깊은 철학, 그리고 정열이 넘치는 느낌을 받았다.

인상깊은 글귀를 인용해본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해변을 따라 마을로 향했다. 내 심장은 가슴속에서 벌렁거리고 있었다. 내 생애 그같은 기쁨은 누려 본 적이 없었다. 예사 기쁨이 아닌, 숭고하면서도 이상야릇한,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과 극을 이루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돈, 사람, 고가선, 수레를 모두 잃었다. 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실어 내보낼 물건이 없었다.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마치 어렵고 어두운 필연의 미로 속에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 같았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떄,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혹자는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혹자는 악마라고 부르는-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온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는다.

 

외적으로는 참패했을지라도 내적으로는 승리자일 때 우리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낀다. 외적인 재앙이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조르바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느 날 밤, 눈으로 덮인 마케도니아 산에는 굉장한 강풍이 일었지요. 내가 자고 있는 오두막을 흔들며 뒤집어엎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진작 버팀목을 대고 필요한 곳은 보강해 둔 터였지요. 나는 불 가에 홀로 앉아 웃으면서 바람의 약을 올렸어요. <이것 보게, 아무리 그래 봐야 우리 오두막에는 들어올 수 없어.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니까. 내 불을 끌 수도 없겠어. 내 오두막을 엎어? 그렇게는 안 되네.>'

 

조르바의 이 짧은 이야기에서 나는 강력하고도 맹목적인 필연이라는 것에 맞설 때 인간이 어떤 태도와 어조를 취해야 하는지를 감득했다."

 

 

" 나는 한동안 화살에 꿰뚫린 하트가 그려진, 향긋한 편지를 쥔 채, 그와 함께 보냈던, 그의 존재감으로 가득 찼던 나날들을 생각했다. 조르바와 함께 하는 동안의 시간은 다른 맛이 났다. 시간은 더이상 외부 사건의 산술적인 연속도, 내부의 풀지 못할 철학적인 문제도 아니었다. 시간은 결이 고운, 따뜻한 모래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모래를 감촉할 수 있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조르바에게 복 있을진저. 조르바는 내 내부에서 떨고 있는 모든 추상적인 관념에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살아 있는 하나의 육체를 부여했다. 조르바가 없으면 나는 다시 떨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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