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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독서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2020 위즈덤하우스)

by 로킴이 2021. 3. 8.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62167

 

 

보통의 언어들

10만부 돌파 기념,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별밤 리커버 출간!공감의 언어로 대중의 마음을?어루만지는 김이나의 생각과 삶의 태도?보통의 언어들?은 김이나 작가가 대중과 긴밀히 소통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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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나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감정선이 느껴지는 에세이였다. 공감되는 부분도 무척 많았다.

읽으면서 특히나 마음에 와 닿았던 글귀를 인용해 본다.

 

 

"내가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 말이었던 것 같다. 실망시키는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는.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실망시킬 테지만 우리 평균점을 찾아가보지 않겠냐는 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사람은 위험하다. 설령 대중적으로 그런 사람이 존재할지언정, 측근들 사이에서 차라리 험담이 떠돈다면 그건 다행이다. 한 명의 사람이 누구를 대하든 매끄럽다면, 그 사람은 흡사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은 거니까. 그걸 아무리 알고 알아도, 미움은 어릴 때 꼭 먹어야 된다고 엄마가 얹어주던 맛없는 반찬처럼 삼키기가 싫다. (...) 어느 순간 이에 대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긴 대로 살아야 겠다는 것' 말이다. 방송을 하면서부턴 더더욱 그랬다. 어쩔 수 없이 호불호의 평가를 받아야 되는 일을 시작한 이상, 내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졌다. 그건 바로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는 것이다."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 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나는 어차피 누구에게도 완벽하거나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부족한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 주는 사람에게 혹여 '이런 사람이 그래도 나를 발전시켜 주겠지'라는 마음에 매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만 발견되는 나의 고유한 아름다움, 훌륭함이란 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런 좋은 모습을 볼수록, 나 역시도 스스로를 그렇게 믿을 수 있게 된다."

 

"공감은 기억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즉 상황의 싱크로율이 같지 않더라도, 심지어 전혀 겪지 않은 일이라 해도 디테일한 설명이 사람들의 내밀한 기억을 자극해 같은 종류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공감을 사는 일인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감정서랍이 있다. 상황에 대한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그때 느낀 감정들은 어딘가에 저장이 된다. 공감에 대한 생각이 바뀐 이후, 내가 겪지 않은 일에도 조금 더 적극적인 위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감정의 서랍은 냉장고와 달라서 열고 닫을수록 풍성해진다. 비록 나의 경험치가 아닌 일임에도, 진심으로 내 마음속의 서랍을 열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모든 곳에서 온전한 나로서만 존재한다는 건 아주 이기적이어야 가능하다. 배려하기에, 사랑하기에, 책임이 있기에, 히스토리가 있기에 우리는 종종 다른 모습을 한다."

 

"겁이 많다는 건 단순히 벌레나 귀신을 무서워하는 그런 것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겁이 많은 자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자들이다. 또 자신과 얽힌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일에 대한 신중함이 있는 자들이다. 수비에 총력을 다하는 축구팀의 경기가 지루할지언정, 그들은 결국 강하다. 삶에 있어 충동보다는 지구력으로 대처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나는 겁이 많은 편이야' 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들은 더욱 호감이다. '겁이 없음'을 매력적인 무기로 휘두르지 않는 그들은, 결과적으로 늘 강했다." 

 

"목표가 지점으로써 존재한다면, 꿈은 장면으로 존재한다. 영화로 말하자면, 목표는 어느 만큼의 관객수를 동원할지,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지 등의 구체적인 수치를 다루는 이야기다. 반면 꿈은 미술을 논한다. 어떤 분위기의 장소, 어떤 색깔과 질감의 의상, 또 어떤 종류의 소품에 둘러싸인 주인공... 즉 나를 상상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훌륭한 목표와 근사한 꿈, 어울리는 수식어도 각각 다르다.

아직 꿈이 없다면 차라리 그대로가 자연스럽다. 꿈은 좋아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취향이 생겨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다. 내 마음이 끌려 탄생한 꿈은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어 작은 목표들을 만들어준다. 마음이 하는 모든 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이끌듯 꿈도 그렇다. 꿈은 목표와 성질이 다르기에, 반드시 이루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도 한다. 작가가 꿈인 사람은 글을 쓸 때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하기 떄문에 거듭 글을 쓴 사람은 자연스레 필력이 늘고, 그러다 본격적으로 목표를 세웠을 떄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간은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동시에, 그 안정이 오면 회의감을 느낀다. 나는 내심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스케줄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내가 어딘가 잘못된 것만 같아서 이런 말을 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다채로워 보일 수 있지만, 내 일상은 요일별로 정확히 정해진 루틴으로 반복된 지 오래다. 물론 육체적인 피로도 떄문에 이 쳇바퀴가 문득문득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떠올리는건 언젠가 깨달은 이 생각이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예측 불허의 내일들이 펼쳐져 있는 시간은 막상 그곳에 있을 때는 주로 암담하다. 아마도 이건 내가 모험가 유형이 아닌 성향 탓도 있겠지만, 불안의 가장 보편적인 원인은 알 수 없는 내일 때문 아니겠는가. 그러니 내가 별난 건 아닐 것 같다. 단지 '쳇바퀴'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떄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존엄한 사람들은 일상 속 하찮은 순간들이 정갈한 이들이다. 이 정도는 당연하다 생각해서 스스로를 칭찬해주지 않았던 깨알같은 장면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고요히 자신을 토닥여주는 습관을 가져보자"

 

"인간은 반드시 한 가지를 결정해야 할 떄 본능적으로 최선을 다해 선택한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후회밖에 없는 그 선택도 그때는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는 거죠. 혹시 후회로 가득한 밤을 보내고 있다면 잠시 멈춰볼까요? 그땐 그게 최선이었을 테니까요."